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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漢詩 감상 數題
 작성자 : 명선행자  2010-02-28 04:25:12   조회: 1855   
한시漢詩 감상 수제數題


퇴고推敲

당나라 때 스님 가도賈島(779-843)가 달밤에 누구를 찾아갔다가 그곳의 정취에 빠져 다음과 같은 시구를 얻었다.

鳥宿池邊樹 조숙지변수
僧敲月下門 승고월하문

새는 연못가의 나무에서 잠들고
스님은 달빛 아래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는 문을 ‘민다(推)’로 할까 ‘두드린다(敲)’로 할까 망설이던 중 당시의 대문장가인 한유韓愈(退之) 일행을 만나 그들로부터 ‘두드린다’가 좋겠다는 권고를 받고 ‘두드릴 고(敲)’를 택하게 되었다한다.
글을 써놓고 이렇게 고칠까 저렇게 바꿀까 하며 손질하고 다듬는 것을 퇴고推敲라 하는 것은 이런 일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도는 여러 차례 과거에 응시했다 낙방하고 승려가 되었다가 후에 낙양洛陽에서 한유를 만나 그의 시재詩才를 인정받고 환속하여 지방 관리로 생을 마쳤으며 승속僧俗을 넘나들며 시를 쓴 사람이었다..
그는 ‘두 구절 짓는데 3년이 걸리고 한 구절 읊는데 두 줄기 눈물이 흐른다(二句三年得 一吟雙淚流)’라고 했듯이 마음에 드는 시 한수를 짓는데 매우 고심한 과작寡作의 시인이었나 보다.

그런 그가 남긴 시 중에 다음과 같은 「尋隱者不遇」(은자를 찾아갔다 못 만나다)라는 시가 있다.

松下問童子 송하문동자
言師採藥去 언사채약거
只在此山中 지재차산중
雲深不知處 운심부지처

소나무 아래 동자에게 물으니
스승은 약을 캐러 가셨다네.
이 산속에 계시기는 할텐데
구름 자욱해 계신 곳 모르겠네.

이 시 한수만으로도 평담平淡하면서 화려한 수식을 배제한 그의 시풍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러자니 이 시 한수가 될 때까지 그가 얼마나 많은 절차탁마切磋琢磨의 과정을 거친 후 퇴고의 붓을 놓았을까는 읽는 이들의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겠고....


동심초同心草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후렴)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바람에 꽃이 지니 세월 덧없어
만날 길은 뜬구름 기약이 없네.
(후렴)

많은 이들이 즐겨 부르는 애창곡인 이「동심초」란 우리 가곡을 모를 리는 없겠지요? 그러나 사실은 그 가사가 다음과 같은 당대唐代의 시인․명기 설도薛濤의「춘망사春望詞」라는 연작시 4수 가운데 제3수를 따서 시인 안서岸曙 김억金億이 우리말로 옮긴 번안가요라는 걸 아마 더러 모랐다면 "오리지널은 모르고 짝퉁만 아는 셈"이라는 핀잔을 들을 만도 하지요.

花開不同賞(화개불동상) 꽃 피어도 함께 즐길 수 없고
花落不同悲(화락불동비) 지는 꽃의 슬픔도 나누지 못하나니
欲問相思處(욕문상사처) 그리워 임 계신 곳 묻고 싶어라
花開花落時(화개화락시) 꽃 피고 지는 이때면

攬草結同心(남초결동심) 풀 뜯어 동심결 매듭 지어
將以遺知音(장이유지음) 임에게 보내려 하노니
春愁正斷絶(춘수정단절) 봄날 시름에 애끊는 마음
春鳥復哀吟(춘조부애음) 봄새만 다시 와 애달피 우네.

風花日將老(풍화일장로) 바람에 꽃잎은 날로 시들어가고
佳期猶渺渺(가기유묘묘) 아름다운 기약 아직 아득하여라
不結同心人(불결동심인) 그대와 한마음 맺지 못하고
空結同心草(공결동심초) 공연히 동심초만 묶고 있어라

那堪花滿枝(나감화만지) 가득 핀 꽃가지를 어찌 할거나
飜作兩相思(번작량상사) 오히려 임 그림만 더하는 것을
玉箸垂朝鏡(옥저수조경) 거울에 떨어지는 옥구슬 눈물
春風知不知(춘풍지불지) 봄바람이나 아는가 모르는가.

봄날 임 그리는 상사의 정을 펴놓은 이 시는 애절한 절창絶唱임에 틀림없으나 기승전결起承轉結의 맺고 끊는 오르내림의 기복 없이 같은 정념의 너무나 평탄한 반복인 4수 가운데 가장 압권壓卷인 제3수를 골라 직역하여 1절을 만들고 같은 정감을 약간 비틀고 궁글려서 2절을 덧붙인 안서의 안목과 솜씨가 두드러지거니와 이래서 번역을 제2의 창작이라 하는가 싶다.
천기백 년 전 당나라 시인․명기 설도의 시 한수가 조선으로 건너와 우리 시인 안서의 명역과 작곡가 김성태의 손을 거쳐 명가곡으로 재탄생하여 대중의 심금을 울리는 애창곡으로 시공을 뛰어넘어 연면히 이어지는 변주變奏의 고리를 보면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허사虛詞 아님을 보는듯하다.
가끔은 이런 시 한수의 변용變容의 내력을 알고 원시原詩의 멋과 가사를 비교 음미하며 불러보는 애창 가곡의 맛은 그 깊이를 더하여 우리네 각박한 삶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지 않겠나한다.


섬계방剡溪訪

新雪今朝忽滿地 신설금조홀만지
怳然坐我水精宮 화연좌아수정궁
柴門誰作剡溪訪 시문수작섬계방
獨對前山歲暮松 독대전산세모송

오늘 아침 첫눈이 온 천지 가득하니
황홀히 넋을 잃고 수정궁에 앉았네.
그 누가 내 사립문 섬계처럼 찾아주랴
세모에 홀로 앞산 소나무를 마주 보네

이언적李彦迪(1491-1553)의 「신설新雪」이란 제목의 두수 연작시의 첫째 수다.
겨울날 아침 문을 열고 온 세상이 첫눈에 덮인 은세계를 대하여 지난 한해를 돌아보며 문득 친구 생각을 떠올리는 세모의 정취를 잘 그려낸 시이지만 제3구중에 나오는 섬계방剡溪訪에 숨은 고사故事가 이 시의 속내의 깊이를 한층 더 간절하게 한다.

동진東晋 때 산음山陰 땅에 살던 왕헌지王獻之가 밤중에 눈이 내리자 술을 내오라 하여 설경에 독작취흥獨酌醉興이 더하여 문득 섬계剡溪에 사는 벗 대안도戴安道가 보고 싶어졌다. 즉시 작은 배를 띄워 밤새도록 배를 저어 아침에야 안도의 집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는 문을 밀고(推) 들어가거나 두드려(敲) 주인을 부르지 않고 그저 발길을 되돌리는 것이 아닌가. 까닭을 묻자 그의 대답인즉, “내 본시 흥興이 일어 왔거늘 흥이 다한지라 돌아간다. 굳이 만날 것 있는가.”였다고 한다.

전화도 없이 발품을 팔아 오프라인off-line으로만 만나서 상면相面의 정을 나누고 살던 시절 나도 문득 친구 만나보고 싶은 생각에 왕헌지의 산음-섬계 간 뱃길만큼은 아니지만 전차를 몇 번씩 갈아타며 신길동에서 강 건너 왕십리까지 무작정 친구 집을 찾아갔다가 부재중이라 그냥 문전에서 발길을 돌리며 왕반백리往返百里 허행의 아쉬움을 덤덤히 삼켜야만했던 옛일이 견주어 생각나거니와, 요즘 같은 디지털 통신과소비시대 온라인on-line은 물론 싸이버cyber 공간을 통한 리얼타임real-time으로 압축된 사람과 사람 사이 물리적 거리에 반비례하여 애틋한 봉별逢別의 온기가 식어져 각박해가는 세상을 살면서 밤 새워 배를 저어가는 사우思友의 정취와 흥이 다했음을 빌미로 담담히 뱃머리를 되돌리는 옛사람들 쾌도快刀 번득이는 대범한 파격破格의 멋진 풍류가 부럽기 한량없다.
2010-02-28 04: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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